僧言韜靑峯, 爲伽倻山, 而元曉․迦葉․石門․麒麟諸峯, 爲象王山. 嗚呼! 象王․伽倻, 初無異解, 豈容分而二之乎? 伽倻局內谿谷, 共有九十九云.
韜靑之西有小岑, 挺然特立, 號曰國師峯(國師壇設鐵馬). 或云國師埋識山頂, 或云國師示寂後, 追慕者設香火于此, 後說似爲近理.
東谷凡常住供饋每日輪, 一僧主之, 號曰火番. 火番之設, 肇于伽倻云, 今通國行之甚便.“
승려의 말에 따르면 도청봉(韜靑峯)을 가야산(伽倻山)이라 하고, 원효봉(元曉峯)·가섭봉(迦葉峯)·석문봉(石門峯)·기린봉(麒麟峯) 등 여러 봉우리를 상왕산(象王山)이라 한다. 아! 상왕산과 가야산은 본래 구분이 없던 하나의 산이었으니, 어찌 이를 나누어 둘로 말할 수 있겠는가? 가야산 안쪽의 계곡은 모두 99개가 있다고 전한다.
도청봉 서쪽에 작은 봉우리가 우뚝 서 있는데, 국사봉(國師峯)이라 부른다. 어떤 이는 국사(國師)가 산꼭대기에 묻혔다 하고, 어떤 이는 국사가 입적(入寂)한 뒤 추모하는 이들이 이곳에 향화(香火)를 차렸다고 한다. 후자의 말이 이치에 가까워 보인다.
동곡(東谷)에서는 사찰의 상주 승려들을 위한 식사와 물품 공급을 매일 순번제로 관리하며, 한 승려가 이를 주관하는데 ‘화번(火番)’이라 칭한다. 화번 제도는 가야사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매우 편리하다고 한다.“
위 글에서 '철마(鐵馬)'를 풍경(風磬)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풍경(風磬)은 석탑이나 절의 처마 밑에 걸려 바람에 따라 은은한 소리를 내는 작은 종을 말합니다. 이러한 풍경의 기원에는 수(隋)나라 양제(煬帝)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양제의 황후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를 들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독특한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대나무가 모두 말라 죽어 황후의 잠을 방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양제는 옥으로 만든 여러 개의 용(龍)을 처마에 걸어 바람에 흔들리며 대나무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도록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황후는 다시 평온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러한 풍습은 민간에도 퍼졌지만, 황제를 상징하는 '용'을 감히 흉내 낼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유리나 비슷한 물질로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바람 소리를 내도록 했다. 이러한 장식물이 처마에 걸린 모습이 마치 전쟁터의 말처럼 보였기에 '철마(鐵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는 풍경의 또 다른 이름인 '첨마(檐馬)'에 왜 '말(馬)' 자가 들어갔는지 설명해 준다.
중국 문인들은 바람에 소리를 내는 이러한 장치에 '풍금(風琴)', '풍쟁(風箏)'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풍경은 '풍탁(風鐸)', '풍
령(風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풍탁(風鐸)은 절의 목조 건물, 석탑, 누각 등의 처마 끝에 다는 장치로, '풍경(風磬)', '풍령(風鈴)'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불교의 수용과 함께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풍탁 유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백제 금동풍탁: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로, 우리나라 범종의 시원(始源) 양식으로 추정된다.
- 통일신라시대 청동풍탁: 경주 감은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 고려시대 금동 9층 소탑: 보물 제259-2호로, 남양주 수종사 부도 사리장엄구의 하나이다.
- 고려시대 청동풍탁: 청주 사뇌사에서 출토된 것으로, 명문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