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의 풍마동(風磨銅)을 아시나요? | ||||
김혜식의 사진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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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잘 안 보인다는 말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한 우리주변의 귀한 것 들을 모른 채 넘어갈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 방문한 마곡사의 경우가 그렇다. 새롭게 귀한 보물을 만났다. 마곡사 5층 석탑의 풍마동(風磨銅)이다. 공주사람이면 누구나 마곡사는 안다. 그러나 마곡사 대웅전 앞, 5층 석탑꼭대기의 풍마동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이야기를 풀어가자면, 어느 기관에서 마곡사의 사진을 한 장 찍어 주었으면 하는 의뢰를 받고 마곡사를 방문했을 때, 5층 석탑은 보수를 하기 위한 초록색 휘장으로 씌워져 있었다. 간 김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가깝게 촬영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마곡사의 남태규 종무실장으로부터 풍마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름이 풍마동인지도 이때 알았다. 사진을 찍는데 너무 아름답고 정교해서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오층석탑은 1984년 11월 30일에 지정된 문화재 보물 제799호이다. 그렇지만 5층 석탑꼭대기의 동탑은 풍마동으로 지금까지는 학술적인 면으로 전문가나 알만하게 베일에 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보지정 운동을 벌이고자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한 가치가 충분함에도 우리의 무심함 때문이었으니 우리의 책임이라고 해야 옳지 않겠나. 마곡사 사적입안(事蹟立案)의 기록에 따르면, 640년(신라 선덕여왕 9)에 자장(慈藏)이 창건하였으며, 고려 명종(明宗) 때 1172년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중수하고, 범일(梵日)이 재건하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기에는 마곡사는 고려 때 지어진 절로 알려져 있으나 더 오래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물론 김구 선생님이 은거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는 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다 못해 관심을 증폭시키고, 좋아하는 수준이 매니아까지 만드는 일을 아주 재미있어라 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나의 블로그에 마곡사에서 찍은 소나무 한그루 찍어 올려놓고 "누구든지 마곡사에 가거들랑 김구 선생님이 심었다는 마곡사 뜰의 소나무를 꼭 눈 여겨 보라"고, "그렇다면 마곡사가 달리보일 것"이라고, 신이 나서 소나무 한그루를 칭송한 적이 있었다. 이번의 '풍마동' 건도 그러하다. 탑의 높이는 동탑까지 총 8미터 70센티미터로 대웅전 앞에 딱 어울리는 적당한 크기이다. 그런데 위에 얹어진 동탑부분이 대단한 보물중의 보물 인 것이다. 이 풍마동은 은 한국, 인도, 중국 등 세계에서 3개 밖에 존재하지 않은 귀한 것이라 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조명되지 않았을까? 남실장의 이야기를 빌자면 아마도 고려 때 원나라에서 제작되어 들여왔기 때문에 순수하게 우리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우리 것이 아니라구요? 우리나라에 와서 천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나요? 중국이나 일본이나 전파된 불교 문화권을 누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냐구요?" 토론은 시비조에 가까워졌다. "아. 그래서 늦었지만 국보로 만드는 운동을 지금 하는 거잖아요"라는 말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풍마동은 국보로 아깝지 않은 보물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마곡사까지 왔으니 마곡사 아래 사는 영숙 언니를 만나 파전이나 한 장 먹자고 불러냈다. 아니, 사실은 풍마동에 대한 수다를 떨고 싶었다는 얘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빨리 수다를 떨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게다. 어떤 친구는 시어머님 흉보는 일이나 혹은 아이들 자랑으로 수다를 떨지만, 내가 수다를 떠는 일은 조금 양상이 다르다. 새로운 사실을 만나면 괜히 신이 나는 편이다. 그런 수다에 죽이 잘 맞는 영숙 언니는 더 재미있는 얘기를 털어 놓는다. 옛날에 신랑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어렸을 적, 마곡사 옆 개울가에 도굴꾼이 가져가려다가 무거워서 그랬는지 버리고 간 것을 본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도굴꾼의 얘기는 무성한 얘기를 낳았으며, 풍마동을 욕심내는 자는 시름시름 앓았다는 것, 옛날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정말 재미있는 징벌의 뒤끝을 갖는다. 풍마동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풍마동이란 뜻을 찾아보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광택이 마치 불처럼 이글거린다는 구리'라는 뜻이란다. 그렇다면 마곡사 풍마동 역시, 천년 가까이 이글거리며 때를 기다렸으리라. 형식은 원나라의 라마양식의 것으로 1972년에 이 탑을 해체 복원할 때 동탑부분에서 합자 1개, 쇠로 만든 향로 2개, 문고리 3개, 卍자가 새겨진 금포 1장이 나왔다고 한다. 알음알음 알려진 풍마동은 도굴꾼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재미있지 않은가. 누구든지 관심 있는 자는 풍마동에 대한 세 글자만 쳐보시라, 구체적으로 주루룩 설명이 나온다. 아니, 공주사람이라면 꼭 한 번 쳐 보시길 바란다. 며칠 있으면 마곡사에서 신록 축제를 한다는데 (19일부터 20일까지) 가시거든, 꼭 풍마동 국보 지정운동에 꼭 서명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풍마동 이야기를 적어본다. 요즘은 공주지역뿐이 아니라 각 지역이 앞 다퉈서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이나 유물에 대해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시키기 위한 대단한 노력 중이다. 이에 대한 조건 중에 주민이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점수도 상당하다. 그러니까 내 것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라도 마곡사의 풍마동을 우리가 사랑하자는 이야기다. 잊지 마시라. 마곡사의 풍마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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